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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22

조금씩 조금씩 늦가을의 찬바람이 겨울의 문턱을 두드리는 시기 집 안은 고요하다.  침묵을 깬 것은 핸드폰의 8시 알람 소리. 민감형은 짜증을 내며 일어나 책상으로 향한다. 핸드폰을 끄고 의자에 털썩 앉아 졸린 눈으로 멍하니 벽을 바라본다. 다시 울리는 알람. 민감형은 정신을 차리며 방의 불을 켠다.  책상 앞 벽에는 '올해는 꼭 작품을 만들자'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그는 양손으로 볼을 찰싹 때리며 결의를 다진다.  그러나 눈앞의 흰 종이를 바라보며 그의 얼굴은 어두워진다. 시간은 흐르고, 창밖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익숙한 멜로디가 감성을 자극하지만, 연습 중인 건지 같은 부분에서 계속 틀리며 민감형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며칠 동안 반복되는 엉망진창의 피아노 소리에 항의하고 싶지만,  1층 주인집 어린아이.. 2024. 7. 26.
어느 의자의 기억 나는 의자다.그것도 버스정류장의 의자다.​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거쳐 갔다.​사랑을 속삭이던 연인들도, 오랜 세월을 함께한 노부부도, 군복을 입은 젊은 군인도, 작은 손을 꼭 쥔 어린아이도, 그리고 엄마와 아기도 있었다.​이별의 슬픔을 안고 앉아 있던 외로운 연인도, 하루의 피로에 지친 가장도, 잠시 쉴 곳을 찾아온 노숙자도, 꿈을 안고 세상에 나온 소녀도, 새로운 삶을 찾아 길을 떠난 가출한 아이들도...​나는 비록 이곳에 고정된 채로 있을 수밖에 없는 의자에 불과하지만,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와서 잠시나마 쉬어 갔다.​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와서 나에게 기대었다. 그들의 숨결과 체온이 나에게 남았다.​사랑의 속삭임, 슬픔의 눈물, 기쁨의 웃음소리, 고된 한숨, 희망의 속삭임...나는 그 모든 것을.. 2024. 7. 25.
서리 아주 오래전세상에는 오래된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나무는 모든 것들의 쉼터가 되었고 생명이 되었다.​오랜 시간이 지나 나무의 생명이 다해 죽어갔다.​더 이상 쉼터가 되지 못하는 나무 곁을 생명채들은 하나 둘 떠나갔고.나무는 홀로 남겨졌다. 낮에는 태양이 친구가 되어주었고, 밤에는 달이 친구가 되어주었다. 가끔 구름과 비가 친구가 되어주기는 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나무는 태양과 달을 좋아했지만. 태양은 자신을 태워 버릴 듯한 뜨거움 때문에 가까워질 수 없었다.하지만 달은 밤에 밝게 빛나지만 뜨겁지는 않았다. 어느 날 달이 나무 가까이 다가왔다. 나무는 가까워진 달과 밤새 재미있게 대화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달과 나무는 어느새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나무는 달이 떠나가는 것이 싫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2024. 7. 25.
바람을 타고 어느 날,물건을 담는 작은 비닐봉지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아주머니가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후, 장 본 물건을 정리하던중 잊고 있던 일을 처리하러 주방을 비우게 된다. 그때 비닐봉지는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휘말려 밖으로 날아갔고, 곧 비닐봉지는 더욱 강한 바람을 만나 높이 높이 올라갔다. 여행의 시작높이 올라간 비닐봉지 아래로 자신이 빠져나온 작은 아파트 단지가 보였고, 이내 바람이 불어와 다음 장소로 날아갔다. 도시 탐험비닐봉지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던 중 삐쭉삐쭉 솟은 커다란 건물들이 있는 도시가 보였다.복잡하고 화려한 도시에 도착한 비닐봉지는 재미있게 구경하며 날아다녔고, 수많은 사람이 길거리에 나와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도시는 축제 기간이었다.사람들은 축제를 즐기고, 시장에서는 .. 2024. 7. 18.
꼬르륵 배가 꼬르륵거리는 아이가 있었다.혼자 있는 게 심심한 아이는 어느 날 문득 자기 배에서 나는 "꼬르륵 ~" 소리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배야! 왜 그렇게 꼬르륵거리는 거야?" 그러자 신기하게도 배에서 답변이 돌아왔다. "꼬르륵~"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너랑 얘기할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해!"꼬르륵 소리는 마치 동의하는 듯 다시 울렸다. "꼬르륵~" 그렇게 아이는 배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심심할 때마다 배에게 말을 걸었고, 배는 항상 꼬르륵거리며 답해주었다. 어느 날, 아이는 공원에 나갔다가 자기처럼 혼자 있는 소녀를 발견했다.소녀는 배를 잡고 있었다."너 혹시 배가 꼬르륵거리니?" 아이가 물었다. 소녀는 놀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배가 꼬르륵거려서 창피해." 아이와 소녀는 서.. 2024. 7. 16.
더워! 덥다 더워! (삼복) 덥다 더워~ 이번 여름은 유독 더 더운 것 같아.  냉장고를 열고 얼음물을 벌컥벌컥!! 다시 따라서 벌컥벌컥 아~ 시원하다 이제 좀 살겠네  그런데 어째 으~ 배가 좀 싸~~ 하네 아 다시 더워 선풍기만으론 부족해 에어컨을 틀자 삑 삑 19도 쾌속 냉방 휘이이잉~~~  아~ 시원하다 이제 좀 살겠네.  삐리리 (핸드폰이 울린다.) 핸드폰 집에서 밥해 먹기 힘드니까  밖에서 저녁 먹게 나와 (핸드폰 통화음) 더운데 나오라니 투덜투덜 이제 좀 시원해서 늘어져 있으려고 했더니 투덜투덜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35도 이상 더위에 푹 쳐져 있다.  눈앞에 보이는 아이스크림 가게  지쳐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빠른 발걸음 으로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간다. 발치 아이스크림 봉지가 쌓여있다. .. 2024.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