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세상에는 오래된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나무는 모든 것들의 쉼터가 되었고 생명이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나무의 생명이 다해 죽어갔다.
더 이상 쉼터가 되지 못하는 나무 곁을 생명채들은 하나 둘 떠나갔고.
나무는 홀로 남겨졌다.
낮에는 태양이 친구가 되어주었고,
밤에는 달이 친구가 되어주었다.
가끔 구름과 비가 친구가 되어주기는 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나무는 태양과 달을 좋아했지만.
태양은 자신을 태워 버릴 듯한 뜨거움 때문에 가까워질 수 없었다.
하지만 달은 밤에 밝게 빛나지만 뜨겁지는 않았다.
어느 날 달이 나무 가까이 다가왔다.
나무는 가까워진 달과 밤새 재미있게 대화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달과 나무는 어느새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나무는 달이 떠나가는 것이 싫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을 다시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달을 붙잡았다.
달 역시도 나무보다 훨씬 오랫동안 외로움 속에 밤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나무의 붙잡음을 뿌리치지 않았다.
달은 나무와 함께 있기로 했다.
그리고 세상에는...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일 년 동안 저녁이 계속되었다.
어느 날 나무와 달에게 작은 벌레들이 찾아왔다.
"지금 세상엔 빛이 없어 식물들이 자라지 않아 먹을게 줄어든다고 그만 달을 놓아달라고 부탁했다."
나무는 단호히 싫다고 했고 벌레들은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 뒤로 동물들도 빛이 필요하다며 나무에게 찾아왔지만 나무는 달을 놓아주지 않았고
모두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얼마 뒤 인간이 나무와 달에게 찾아왔고. 그만 달을 놓아달라고 부탁했다.
나무는 역시 거절했다.
인간은 준비해 온 도끼로...
나무를 찍기 시작했다. 찍고 찍히면서도 나무는 달을 놓아주지 않았다.
달은 잘려 나가는 나무의 모습을 보며 참을 수가 없었다.
달은 인간에게 그만 나무를 떠나겠다고 말했지만 인간은 멈추지 않았다.
나무도 달을 놓아주지 않았다.
며칠 동안의 도끼질에 나무의 가지들은 모두 잘려져 나갔고,
달은 슬퍼하며 천천히 떠나갔다.
그때가 이른 겨울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달은 이른 겨울이면 그때를 떠올리며 슬퍼하고
흘린 눈물이 서리가 되어 세상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