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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동화12

어느 의자의 기억 나는 의자다.그것도 버스정류장의 의자다.​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거쳐 갔다.​사랑을 속삭이던 연인들도, 오랜 세월을 함께한 노부부도, 군복을 입은 젊은 군인도, 작은 손을 꼭 쥔 어린아이도, 그리고 엄마와 아기도 있었다.​이별의 슬픔을 안고 앉아 있던 외로운 연인도, 하루의 피로에 지친 가장도, 잠시 쉴 곳을 찾아온 노숙자도, 꿈을 안고 세상에 나온 소녀도, 새로운 삶을 찾아 길을 떠난 가출한 아이들도...​나는 비록 이곳에 고정된 채로 있을 수밖에 없는 의자에 불과하지만,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와서 잠시나마 쉬어 갔다.​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와서 나에게 기대었다. 그들의 숨결과 체온이 나에게 남았다.​사랑의 속삭임, 슬픔의 눈물, 기쁨의 웃음소리, 고된 한숨, 희망의 속삭임...나는 그 모든 것을.. 2024. 7. 25.
서리 아주 오래전세상에는 오래된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나무는 모든 것들의 쉼터가 되었고 생명이 되었다.​오랜 시간이 지나 나무의 생명이 다해 죽어갔다.​더 이상 쉼터가 되지 못하는 나무 곁을 생명채들은 하나 둘 떠나갔고.나무는 홀로 남겨졌다. 낮에는 태양이 친구가 되어주었고, 밤에는 달이 친구가 되어주었다. 가끔 구름과 비가 친구가 되어주기는 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나무는 태양과 달을 좋아했지만. 태양은 자신을 태워 버릴 듯한 뜨거움 때문에 가까워질 수 없었다.하지만 달은 밤에 밝게 빛나지만 뜨겁지는 않았다. 어느 날 달이 나무 가까이 다가왔다. 나무는 가까워진 달과 밤새 재미있게 대화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달과 나무는 어느새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나무는 달이 떠나가는 것이 싫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2024. 7. 25.
바람을 타고 어느 날,물건을 담는 작은 비닐봉지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아주머니가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후, 장 본 물건을 정리하던중 잊고 있던 일을 처리하러 주방을 비우게 된다. 그때 비닐봉지는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휘말려 밖으로 날아갔고, 곧 비닐봉지는 더욱 강한 바람을 만나 높이 높이 올라갔다. 여행의 시작높이 올라간 비닐봉지 아래로 자신이 빠져나온 작은 아파트 단지가 보였고, 이내 바람이 불어와 다음 장소로 날아갔다. 도시 탐험비닐봉지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던 중 삐쭉삐쭉 솟은 커다란 건물들이 있는 도시가 보였다.복잡하고 화려한 도시에 도착한 비닐봉지는 재미있게 구경하며 날아다녔고, 수많은 사람이 길거리에 나와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도시는 축제 기간이었다.사람들은 축제를 즐기고, 시장에서는 .. 2024. 7. 18.
꼬르륵 배가 꼬르륵거리는 아이가 있었다.혼자 있는 게 심심한 아이는 어느 날 문득 자기 배에서 나는 "꼬르륵 ~" 소리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배야! 왜 그렇게 꼬르륵거리는 거야?" 그러자 신기하게도 배에서 답변이 돌아왔다. "꼬르륵~"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너랑 얘기할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해!"꼬르륵 소리는 마치 동의하는 듯 다시 울렸다. "꼬르륵~" 그렇게 아이는 배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심심할 때마다 배에게 말을 걸었고, 배는 항상 꼬르륵거리며 답해주었다. 어느 날, 아이는 공원에 나갔다가 자기처럼 혼자 있는 소녀를 발견했다.소녀는 배를 잡고 있었다."너 혹시 배가 꼬르륵거리니?" 아이가 물었다. 소녀는 놀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배가 꼬르륵거려서 창피해." 아이와 소녀는 서.. 2024. 7. 16.
더워! 덥다 더워! (삼복) 덥다 더워~ 이번 여름은 유독 더 더운 것 같아.  냉장고를 열고 얼음물을 벌컥벌컥!! 다시 따라서 벌컥벌컥 아~ 시원하다 이제 좀 살겠네  그런데 어째 으~ 배가 좀 싸~~ 하네 아 다시 더워 선풍기만으론 부족해 에어컨을 틀자 삑 삑 19도 쾌속 냉방 휘이이잉~~~  아~ 시원하다 이제 좀 살겠네.  삐리리 (핸드폰이 울린다.) 핸드폰 집에서 밥해 먹기 힘드니까  밖에서 저녁 먹게 나와 (핸드폰 통화음) 더운데 나오라니 투덜투덜 이제 좀 시원해서 늘어져 있으려고 했더니 투덜투덜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35도 이상 더위에 푹 쳐져 있다.  눈앞에 보이는 아이스크림 가게  지쳐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빠른 발걸음 으로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간다. 발치 아이스크림 봉지가 쌓여있다. .. 2024. 7. 11.
사라진 직업들 한나라가 있었습니다. 그 나라에는 궂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오물을 수거하고 하수도를 청소하는 하수도 청소부,  거리의 쓰레기 수거를 하거나 거리를 청소하는 길거리 청소부,  오래된 건물의 외벽을 다시 깨끗하게 페인트를 칠해주는 페인트공,사람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건물을 짓는 사람들 ,  불이 나면 언제든지 불을 끄러 가는 소방사들, 하지만 그들은 대접받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외관상 보기에 더럽다는 이유로 위험하다는 이유로 소외되었습니다. 그들 이외에는 아무도 그 일들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그들이 지나가거나 보이기라도 하면 자신의 아이들에게 저런 사람이 되지 말라고 까지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시당하고 소외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책임감 때문에 자.. 2024.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