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작소/동화

바람을 타고

by 차근 차근 한걸음 2024. 7. 18.
반응형

AI 생성이미지 - 날고 있는 비닐봉지 와 마을

 

어느 날,

물건을 담는 작은 비닐봉지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아주머니가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후, 장 본 물건을 정리하던중 잊고 있던 일을 처리하러 주방을 비우게 된다. 

그때 비닐봉지는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휘말려 밖으로 날아갔고, 곧 비닐봉지는 더욱 강한 바람을 만나 높이 높이 올라갔다.

 

여행의 시작

높이 올라간 비닐봉지 아래로 자신이 빠져나온 작은 아파트 단지가 보였고, 이내 바람이 불어와 다음 장소로 날아갔다.

 

도시 탐험

비닐봉지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던 중 삐쭉삐쭉 솟은 커다란 건물들이 있는 도시가 보였다.

복잡하고 화려한 도시에 도착한 비닐봉지는 재미있게 구경하며 날아다녔고, 수많은 사람이 길거리에 나와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도시는 축제 기간이었다.

사람들은 축제를 즐기고, 시장에서는 물건을 사고파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비닐봉지는 잠시 도시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며 이곳저곳을 탐험했다.

 

높은 빌딩 사이를 날아다니며 구경하는데, 수많은 풍선이 빠르게 비닐봉지 옆을 지나쳐 갔다.

비닐봉지는 풍선들에 인사했지만 어떠한 인사도 받지 못했다.

 

바람 때문에 축제가 있는 도심의 빌딩을 지나 더 높이 높이 날아올랐다.

 

비닐봉지는 도로를 따라 이어진 자동차들을 뒤로하고, 도심을 벗어나자 조금은 한적하고 조용한 작은 동네가 나타났다.

그 뒤로 높은 산과 끝없는 평야가 펼쳐졌다.

 

비닐봉지는 세상의 광활함을 처음으로 느꼈다.

작은 동네는 말 그대로 평화로웠다.

 

자연 속으로

다시 바람을 타고 끝없는 평야를 지나자 맑은 강 뒤로 푸른 숲이 보였다.

강물은 맑게 흐르고 있었고, 숲속에서는 다양한 동물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드문드문 작은 집들도 보였다.

 

자연 새로운 풍경을 감상하며 여행을 이어가는데, 저 멀리서 새의 무리가 다가왔다.

그 중 한 마리가 풍선을 낚아채서 날았고, 숲으로부터 멀어졌다.

 

바다로의 여정

비닐봉지는 새에게 물려 날고, 날아서 어느새 넓고 푸른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바다에는 다양한 배들이 있었고, 배들이 사라지자 돌고래 무리와 고래 무리 그리고 수많은 물고기 떼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날았을까?

 

비닐봉지를 물고 날던 새가 서로 소통하는 소리를 내다가 그만 비닐봉지를 놓치고 말았다.

 

다시 혼자서 여행하게 된 비닐봉지, 그런데 바람이 더 이상 불어오지 않았다.

서서히 아래로, 아래로 그렇게 바다에 떨어졌고, 이제부턴 파도에 실려 넓고 푸른 바다 위를 떠다니며 여행하게 되었다.

 

유유히 비닐봉지가 떠다니는데, 물고기들이 주변을 맴돌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비닐봉지를 탐색했다.

그리고 물고기들이 비닐봉지에게 너랑 비슷한 것들이 있는 곳을 안다고 알려줬고, 비닐봉지는 자신도 그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물고기는 비닐을 물어서 그 장소로 데려다주었고, 도착한 곳엔 정말로 자신과 비슷한 존재들이 정말로 많았다. 바로 쓰레기 섬이었다.

 

뜻밖의 장소에서 비슷한 존재들을 만난 비닐봉지는 너무 신났다.

 

쓰레기 섬에서 낭만적인 바다가 펼쳐진 노을을 만끽하고 쏟아지는 별을 감상했다.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때 바다 저 멀리서 검은 먹구름이 비닐봉지는 알지 못했다.

 

쏟아지는 별을 보며 오랜 여행을 쉬고 있는데 파도가 점점 거칠어졌고, 하늘을 수놓던 별들도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비바람이 강하게 몰아쳤다.

거친 파도로 인해서 쓰레기 섬은 부서졌고 파도에 삼켜졌다.

그중 비닐봉지도 있었다.

 

쓰레기 중 하나가 비닐봉지를 눌렀고, 그렇게 바닷속으로 점점 더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깊어지는 바닷속으로 내려가며 비닐봉지는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다.

 

심해의 세계

깊고 어두운 심해로 가라앉은 비닐봉지는 신비한 생명체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형형색색의 빛을 내는 해양 생물들과 신비로운 심해어들이 떠다니고 있었고, 비닐봉지는 또 다른 세상 심해의 경이로움에 감탄했다.

 

심해 바닥에 도착했더니 비닐봉지를 반겨준 건 또 다른 해양 생물도, 심해어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쓰레기섬에서 봤던 다양한 쓰레기들이었다.

 

비닐봉지는 바다 위에서 만난 쓰레기 친구들을 다시 만나 반갑게 인사했지만, 그 쓰레기들은 다른 쓰레기들이었다.

 

그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둥둥 떠다니고 있던 비닐봉지를 확! 하고 삼켰다.

 

바다생물의 뱃속으로

비닐봉지는 어느 바다생물에게 잡아먹혔고, 바다생물의 배 속엔 다양한 쓰레기들이 있었다.

쓰레기들의 크기와 종류들도 다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생물의 움직임이 서서히 줄어들더니 이내 멈추었다.

 

그렇게 한동안 고요가 흘렀다.

 

세상으로의 귀환

세상이 밝아진 건 바다 밖 세상에서였다.

바다생물의 배가 열리면서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들어왔고, 비닐봉지에게 보인 건 수많은 사람이었다.

 

바다생물의 배를 뒤적이는 사람,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 뭔가를 기록하는 사람, 앞에 있는 사람들 뒤로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까지.

뭔가 상황이 썩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비닐봉지는 다른 쓰레기 친구들과 함께 어딘가로 따로 담겨서 옮겨졌다.

 

비닐봉지가 다음 빛을 보게 된 것은 어느 수족관에서였다. 수족관 유리에 "바다를 살려주세요" 라는 문구가 보인다.

 

비닐봉지의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반응형

'창작소 > 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의자의 기억  (0) 2024.07.25
서리  (0) 2024.07.25
꼬르륵  (0) 2024.07.16
더워!  (0) 2024.07.11
사라진 직업들  (0) 2024.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