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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이야기들10

그리고 맑음 버려지다 옥탑방의 창문으로 벚꽃잎 하나가 날아들어 토끼인형 위로 살포시 내려 앉았다. 봄이 이 구나. 그 순간, 나는 과거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날도 오늘처럼 포근한 봄날이었다.  나는 오래도록 그녀와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그의 곁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날, 나는 버려졌고 나의 세상은 무너졌다. 수많은 사람으로 붐비던 거리에서 나는 마치 잊힌 존재처럼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았다. 모든 이의 발걸음은 빠르게 어디론가 향했고, 나를 보아주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날, 소영이 나를 주웠다. 소영의 가방 속에서 어디로 향하는지 모른 채 가방 위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방 안으로 벚꽃잎 하나가 내려와 내 가슴 위로 사뿐히 떨어졌다. 나는 소영의 가방 한편에서 하늘.. 2024. 5. 23.
기억의 바깥 ( 아이유 뮤직비디오 "기억의 바깥"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이야기를 적었다. )파트 1 - 사라져가는 기억 속에서 -  생소한 공간과 낯선 사람들 이지영은 65세의 나이로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그녀의 하루하루는 혼란 속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생소한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살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매일매일 바뀌었지만, 행동과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옷은 바뀌지 않고 얼굴만 바뀌었다. 의사, 간호사, 아들, 사랑하는 사람까지. 이지영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 혼란스러웠다. 익숙한 것들의 소중함 그녀가 있는 공간은 익숙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모르는 이들뿐이었다.두려움에 휩싸인 이지영은 그곳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곳에는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 하기현과의 .. 2024. 5. 22.
가면 가면암흑 속의 시선나대길은 대선 후보로서 열렬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고, 군중들은 그의 말에 열광하며 환호했다. 수많은 플래카드와 현수막이 휘날렸고, 지지자들은 그의 이름을 외쳤다. TV 화면에는 나대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클로즈업으로 비춰졌다. "여러분,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정의와 공정의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나대길의 연설은 끝이 없었고,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군중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그의 연설 장면은 전국의 TV 방송국에서 생중계되고 있었다. 다양한 언론 매체는 그의 연설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며 그의 강력한 대선 캠페인을 조명했다. 기자들은 그의 말을 받아 적고, 그의 정책을 분석하며 기사화했다. 신문과 인터넷에는 나대길.. 2024. 5. 21.
에이타 호수의 흉가 장르: 공포 인적이 드문 음산함이 느껴지는 안개가 자욱한 호수...사람들은 그 호수를 에이타 호수라고 부른다. 호수의 이름은 미르가 호수이지만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곳에 살았던 가족의 성을 딴 에이타 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부른다. 안개 때문인지 음산하게 느껴지는 만큼 사람들은 그곳에 가기를 꺼린다.아니 호수 때문이 아니라 호수에 있는 에이타네 가족이 살던 흉가 때문이다. 지금은 아무도 그 집엔 살지 않는다. 아니 살 수가 없다고 해야하나... 에이타네 흉가엔 음산한 만큼 소문도 무성하다. 집 근처에서 소녀의 유령을 봤다는 이야기부터 얼굴 없는 사람들이떠돌아다닌다는 이야기들, 집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한다는 이야기, 어떨 때는 빈집에서 불이 켜져 있을 때가 있다는 둥... 무성한 소문들이 떠돌았다.. 2024.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