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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이야기들

런!

by 차근 차근 한걸음 2024.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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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이미지 - 달린다.

 

나는 오늘도 달린다.

내가 잘하는 것은 달리기뿐이다.

할 줄 아는 것도 달리기뿐이다.

내가 달리기하는 이유는 어릴 적 본 그 광경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체육 대회가 있었다.

100m 달리기 경기가 열렸고, 나는 학교에서 빨리 달리는 학생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날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배도 아팠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달리고 싶었다.

세상이 심하게 울렁거릴 정도로 컨디션이 나빴지만, 총소리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어떤 정신으로 뛰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주위는 계속 울렁거렸고, 내가 달리던 순간도 울렁거렸다.

다른 친구들은 하나둘 나를 앞질러 갔다.

 

평소 같으면 나와 비슷한 속도로 달리던 친구들이었다.

유일하게 잘하는 달리기에서 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를 악물고 더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달리던 친구들이 서서히 느려지더니 이내 멈춘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친구들을 지나쳐 계속 달렸다.

주변이 점점 흐릿해지더니,

마치 나 혼자 다른 공간에서 달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 결승선이 눈앞에 보였고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결승선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결승선을 통과하며 멈춰 섰다.

나의 기록은 7초 32로, 역대 최고의 기록이었다.

 

주변에서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나를 쳐다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중요한 건 아무도 내가 결승선에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내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말했다.

 

순간 내가 사라졌고, 어느새 나는 결승선에 도착해 있었다는 것이다.

 

그날의 일은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다.

 

그날의 그 광경을 다시 느끼기 위해 나는 오늘도 달린다.

달리기할 때마다 그날의 기분을 떠올린다.

세상이 울렁거리던 순간, 나를 지나치던 친구들, 그리고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하던 그 순간.

그 감각을 잊을 수 없다.

 

때로는 그날의 기억이 환상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아니면 단지 꿈이었는지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기록은 분명히 남아있다.

7초 32라는 기록이 나에게 그날의 사건이 현실임을 증명해 준다.

 

왜 하필 그날,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앞으로 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린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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